▲ 지난 18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인근 원룸 밀집지역에서 춘천시 청소행정과 직원들과 강원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쓰레기 불법 투기 야간 단속을 하고 있다. 2018.4.19
▲ 지난 18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인근 원룸 밀집지역에서 춘천시 청소행정과 직원들과 강원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쓰레기 불법 투기 야간 단속을 하고 있다. 2018.4.19
"남은 치킨, 치킨 무, 나무젓가락, 종이컵을 봉투도 쓰지 않고 그대로 버렸네요.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요."

지난 18일 저녁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학교 인근 원룸 밀집지역에서 쓰레기 불법 투가 단속을 나선 시청 청소행정과 직원은 이런 광경이 익숙해 보였다.

담벼락을 따라 수북이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비닐 봉투를 뜯자 각종 생활 쓰레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짜장면, 치킨, 피자 등 먹다 남은 배달음식 찌꺼기에다 우유 팩, 테이크아웃 커피 컵, 컵라면 등은 먹고 나서 물로 씻지도 않았는지 내용물이 뚝뚝 떨어졌다.

화장실 휴지에 재떨이로 사용한 종이컵 등 각종 쓰레기 냄새까지 뒤섞여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코를 막아야 했다.

봄꽃이 만개한 캠퍼스와 달리 원룸촌은 불법 투기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담장에 걸린 '이곳은 쓰레기 배출장소가 아닙니다'라는 현수막 문구가 무색하게 골목 한구석에는 버젓이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누군가 몰래 버린 쓰레기가 또 다른 불법 투기를 낳았다.

▲ 버려진 양심
▲ 버려진 양심
무심코 버린 양심이 쌓이고 쌓여 쓰레기 더미를 만들었다.

단속직원들은 "안 치우면 '왜 안 가져가느냐'고 민원이 들어오고, 치우면 '버려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또다시 쓰레기 더미가 쌓인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의 폐비닐·스티로폼 수거 중단으로 빚어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남의 이야기인 듯 분리수거조차 하지 않고 아무 봉투에나 담아서 버린 쓰레기가 넘쳐났다.

음식물 쓰레기도 음식물전용용기에 담아 집 앞에 내놓는 게 원칙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용해 버리거나 아무 봉투에나 담은 쓰레기가 부지기수였다.

이날 시청 청소행정과와 강원대 총학생회가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세 구역으로 나눠 찾아낸 불법 투기자는 4명.

불법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배달음식 주문서 등 불법 투기자 개인정보를 찾아내려고 했으나 주문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버린 탓에 투기자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찾아낸 불법 투기자들도 '지금 근처에 없다'는 이유로 현장 확인을 거부했다.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한 단속직원들은 익숙한 듯 사진으로 증거를 남긴 뒤 불법 투기자에게 '시청으로 방문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혼자 사는 게 처음인 대학생들은 쓰레기 분리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종량제 봉투 미사용 과태료는 10만원이지만 단속반도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경미한 위반은 과태료 부과 없이 계도하거나 과태료를 절반으로 줄여준다.

춘천시는 학기 초 대학가 주변 원룸촌 불법 투기 단속에 나서지만 한 학기만 지나면 세입자가 바뀌어 종량제 봉투 미사용은 물론 대형 폐기물 불법투기,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또는 재활용품 혼합배출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늘어 이들이 버린 불법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이날 단속에 참여한 강원대 총학생회 학생들도 학우들이 버린 불법 쓰레기의 심각성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춘천시 관계자는 "다수가 잘 지켜도 소수가 잘 지키지 않으면 모두가 손가락질을 받는다"며 "깨끗한 생활환경을 위해 학생과 주민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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