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여론조사,특히 정치분야와 관련한 여론조사가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인의 역할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을 한다.이 주장의 핵심은 민주주의는 대중을 선도할 정치인이 필요한데,여론조사는 반대로 정치인이 대중을 쫓아가도록 부추킨다는 것이다.그래서 정치인이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선도하기 보다는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의견에 영합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의 정치인에게는 당연히 대중의 지지가 가장 절실하다.여론에 의한 대중적 움직임이 힘을 갖게 되고,여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된다.이는 정치인으로 하여금 대중에 영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정치가 여론을 형성하기 보다는 거꾸로 여론조사가 정치적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일반대중의 의견이나 경향 등에 대해 면접이나 질문서 등을 통해 조사하는 것이다.우리가 여론조사를 두고 ‘국민의 의견은 묻고 그에 따라 정책을 정하고 집행한다’는 기술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문제는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조사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와 ‘무작위 추출’이라는 통계학적인 이론과 기술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가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또한 여론조사는 민의를 추계(推計)할 수는 있어도 이보다 세세하게 민의를 분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조사결과는 조사 시점의 ‘기온과 풍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변화무쌍한 민심의 흐름을 단지 조사 당시의 결과만을 가지고 전체 민의 운운하는 것은 곤란하다.선거과정에서 공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판세가 결정된다고 믿는 것도 마찬가지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연일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등재되고 있다.그만큼 여론조사 전성시대,나아가 민심 우선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하지만 조사의 과학성보다는 공표과정에서의 공정성과 보도의 수준이 문제로 지적된다.여전히 순위 위주의 경마식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여론조사에 대한 한계와 의미를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비로소 여론조사 정치가 완성될 수 있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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