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대 횡령, 탈세, 직권남용 등 12개…영장 분량 박근혜의 2배 넘어
일부 추가수사 필요한 혐의 제외…추후 더해지면 18개 안팎으로 늘어날 수도

▲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2018.3.15
▲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2018.3.15
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법정 싸움'에 돌입한다.

법원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향후 전개될 법리 싸움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만 해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조세포탈, 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2개에 이른다.

검찰이 법원에 접수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범죄사실이 적시된 별지를 포함해 A4용지 207쪽에 이른다.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대한 의견서는 1천 페이지가 넘는다.

의견서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별지가 91쪽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혐의는 11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자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검찰이 파악한 이 전 대통령의 뇌물은 크게 7억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삼성전자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에 대신 내준 약 68억원의 소송비, 2007년 대선 즈음부터 2011년까지 민간영역을 통해 받은 약 35억5천만원 등 세 덩어리로 나뉜다.

먼저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4억원)과 김희중 전 부속실장(10만 달러·약 1억원), 박재완 전 정무수석(2억원) 등이 국정원에서 받은 특활비의 배후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돈에는 특가법 뇌물 외에 국고손실 혐의도 적용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원), 대보그룹(5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2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등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수수액이 가장 큰 뇌물 혐의는 삼성전자가 2007년 11월부터 대통령 재임 중인 2009년 3월까지 대납한 것으로 조사된 다스의 미국 소송비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68억원 규모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고 이 소송비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불법 자금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돈이 오갔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영장심사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치열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소유권도 자신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고 보고 이에 따른 각종 경영비리 혐의에도 연루됐다고 의심한다.

우선 검찰은 다스가 2007년 초반까지 경영진의 조직적 관여 속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법인카드나 자동차를 사용하는 등 약 350억원을 횡령하는 데 이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다스의 경리직원 조모씨가 개인적으로 횡령한 12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영업외 이익으로 반영하지 않고 다른 채권을 회수한 것으로 가장한 것에 대해서는 수십억원의 탈세를 했다고 봤다.

다스와 관련해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을 돕도록 하고, 처남 김재정씨가 사망한 이후 국가기관이 상속세 납부 방향을 검토하도록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원에 넘길 문건을 다스의 '비밀창고'로 빼돌린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도 받는다.

전국 10여곳의 부동산·예금 등 차명재산을 보유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포탈)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일단 구속영장에 차명재산의 관리 현황은 설명하되 범죄 혐의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닌 만큼 관련 경영비리와도 관계가 없으며, 청와대 기록물은 이사 과정에서 실무진의 실수로 섞여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차명재산은 없으며,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의 67억원을 논현동 사저 건축 등에 사용하기는 했으나 차용증을 쓰고 빌린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추가수사가 필요한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부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측근들과의 공모 관계가 의심되는 다스 관련 배임 의혹 등 추가수사가 진행되면 기소 단계에서 혐의는 18개 안팎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뇌물수수액도 120억원을 넘어갈 수 있다.

검찰은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이 수수한 5천만원,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수수한 10억원도 수사하고 있으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는 일단 제외했다.

국정원 특활비 뇌물 의혹에서 파생된 혐의로, 장다사로 전 기획관이 8억원의 예산을 전용해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영장에서는 빠졌으나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가 다스 자회사 등을 통해 각각 59억원·99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배경에도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혐의도 영장에서는 빠졌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