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혐의 '다스 차명소유'가 전제…檢 "증거 충분" vs. MB "형님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온 만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불꽃 튀는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2∼3일 뒤 열릴 영장심사에서 관련 증거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혐의가 명백히 인정되므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죄사실을 대부분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 측은 영장심사에서도 검찰의 혐의 적용이 부당하고 구속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 전망이다.

검찰 측에서는 송경호 특수2부장과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수사팀 부장검사를 직접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송 부장검사 등은 영장 판사를 상대로 18개 안팎의 혐의를 설명하며 구속 필요성을 피력하게 된다.

핵심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관련자 진술과 영포빌딩 다스 창고에서 나온 청와대 문건 등 각종 증거를 토대로 판단할 때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경영비리에 관여하고 각종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다수의 관련자 진술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증거 인멸의 염려가 크다는 점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자금 수수의 방조범인 김 전 기획관이 구속기소 되는 등 측근들이 다수 구속수사를 받은 상황에서 지시자이자 이익의 귀속자인 이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 상 납득되기 어렵다는 점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수사 내용과 법리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로 맞설 전망이다. 변호인단으로는 14일 검찰 소환조사에 입회한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피영현(48·33기)·박명환(48·32기)·김병철(43·39기) 변호사가 총출동할 가능성이 크다.

변호인들은 범죄사실 대부분이 이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억지로 꿰맞춘 것에 불과하며 이 전 대통령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피의자들이 구속됐거나 이미 재판이 시작한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적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을 고려할 때 도망할 염려도 극히 희박하다는 점을 내세워 구속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최대 승부처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판단이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이나 다스 경영비리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을 구성하는 상당수 의혹이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차명 회사라는 점을 전제로 삼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자수서를 비롯한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고 판단한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자문 형태로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이는 소유권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성동조선, ABC 상사, 대보그룹, 김소남 전 의원 등 민간 부문에서 2007년 대선자금 등 뇌물을 받은 의혹 부분 역시 치열한 법리 공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금의 '통로'로 지목된 형 이상득 전 의원은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금품수수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동생인 이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정치자금'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지만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 전 대통령이 해당 금품수수 사실을 인식했는지도 핵심 공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직접 출석할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 '정치적 저항' 차원에서 불출석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보다는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직접 수사결과를 반박하는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해 3월 30일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영장심사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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