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상담센터·대책위 운영 불구
피해 학생, 커뮤니티·SNS 의존

최근 도내 대학가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학교 내 성폭력 상담기구는 학생들의 불신 등으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때문에 피해학생들은 대학 내 성폭력 상담기구가 아닌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익명 고발에 의존하며 2치 피해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14일 도내 대학 등에 따르면 A사립대는 위원장인 부총장과 교수,학생 등 9명으로 꾸려진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날까지 피해자 상담건수는 단 한건도 없다.도내 B국립대는 총장직속 기관인 성평등 성상담센터(6명)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상주하는 전담인력이 없어 사건이 접수될 때마다 센터 위원들이 소집돼 징계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상담소 관계자는 “새학기를 맞아 성폭력 등 상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과 동시에 꾸준히 홍보를 하고 있지만,대학 내 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커서 그런지 실적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한 상황이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 탓에 학생들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폭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최근 도내 대학 커뮤니티에는 성폭력 사실 고발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익명 폭로가 이어졌다.이렇다보니 대학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폭로한 피해자를 향한 악의적인 댓글 등 2차 피해도 나타나고 있지만 학교측의 역할은 찾아보기 힘들다.최근 도내 한 대학 커뮤니티에 성폭력 사실 고발 글이 올라오자,바로 ‘누군지 알 것 같다’,‘실명을 거론해라’ 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면서 신분 노출을 우려한 피해자가 해당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노정민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수사기관이나 상담소에 의뢰를 하면 절차상 번거로움이 있는데다,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할 거라는 불신이 있어 학생들이 익명의 공간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재·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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