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별의별 기념일이 많은데 엊그제 11일은 ‘흙의 날’이었다.그런 날이 있었나 싶지만 분명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흙의 날이었다.차츰 잊혀져가는 흙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흙의 소중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흙의 가치는 너무나 크고 넓은 것이어서 오히려 잊고 지내는 측면이 큰 것 같다.마치 잠시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공기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긴 겨울이 끝나가고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교외지역으로 나가보면 갈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흙냄새를 느낄 수 있다.그 냄새는 속에는 말할 수 없는 기운이 내장돼 있는 것 같다.이런 흙냄새를 맡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땅이 갈수록 사람과 멀어지고 있다는 걱정을 갖게 된다.웬만한 변두리지역도 이제는 도심이 확장되고 각종 개발이 이뤄지면서 비어있는 땅을 보기가 어려워져 간다.

모든 생명체는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흙은 생명의 근원이요 존재의 기반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역설적으로 인류의 문명은 흙과 멀어져온 역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흙의 날에 즈음해 농촌진흥청이 토양의 공익가치를 평가했는데 우리나라 농경지 흙의 가치가 281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토양의 양분공급,자연순환,식량생산,탄소저장,수원함양을 비롯한 여러 가치를 계량화한 것이다.

흙이라는 절대 환경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흙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한계 상황에 이르면 그 무엇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다.이렇게라도 흙의 날을 제정하고 가치를 상대적으로 환산해 보는 데는 보이지 않는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흙과 멀어진다는 것은 결국 생명과는 반대 방향이다.사람은 흙냄새를 맡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그러나 현실은 자꾸 반대 쪽으로 가고 있다.

3월11일은 천(天) 지(地) 인(人)의 3원(三元),농업 농촌 농민의 3농(三農)의 3과 흙토(土)를 풀어쓰면 11(十一)되는 뜻을 차용한 택일이다.농지가 줄고 흙을 밟기 힘든 생활환경을 방관하면 뒷날 큰 재앙이 될 것이다.돈이 된다고 스마트폰을 먹고 살 순 없다.“마지막 나무가 사라지고,마지막 강이 더렵혀지고,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깨닫게 되리라.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어느 인디언 추장의 경고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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