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완벽한 일상을 꿈꾸지만,경험하지 않음으로 인해,예측하지 못함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우리는 그런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배워가고 익혀간다.그런 세월을 거쳐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최고가 되어 간다.그런 사람들은 또 처음으로 배움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선배,스승,멘토가 되어 간다.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편안함을 지녔다.이런 편안함은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이지러진 것 같고 가득 찬 것은 마치 비어있는 것 같으며,가장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하고,가장 뛰어난 기교는 마치 서툰 듯하다’는 노자 일절을 떠올리게 한다.이러한 ‘이지러진 것 같고,비어있는 것 같고,굽은 듯하고,서툰 듯함’은 물론 경험과 배움의 부재에서 나오는 새내기들의 어수룩함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에 썼다는 봉은사의 현판 ‘판전’은 서툴고 어수룩한 필체로 인하여 최고의 경지로 친다고 한다.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라고 하는 환동(還童)이 바로 그것이리라.내 주변에도 대교약졸(大巧若拙)의 아우라로 가득한 분들이 있다.나는 물론 교(巧)를 탐하고 흉내 내는 범부(凡夫)에 불과하지만,그것이 많이 부끄럽지 않은 까닭은 적어도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는 묵자의 일절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훌륭한 분들의 성품과 인품과 노력과 열정과 성공과 헌신에 자신의 오늘과 내일을 끊임없이 비춰보며,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나도 조금씩 좋은 사람,괜찮은 사람으로 변해갈 것이라 믿는다.

3월이 시작됐다.새봄이 시작됐다.새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조금 서툴러도 낙심하지 말고,더 나은 내일,더 나은 자신을 위해,오늘 하루를 멋지게 시작해 보자.완연한 봄에 찾아오는 입춘 절기가 없고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는 시작은 없다.그러니 조금 서툴러도 좋다.새봄에는,새로운 시작에는….

정준호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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