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주 한림대 교수
▲ 송현주 한림대 교수
중년들의 모임에서는 제각각의 자식걱정이 빠지지 않지만 공통된 근심도 있다.앞으로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시선이 나에게 쏠릴 때 나는 내 자식 장래도 그렇지만 당장 학생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지 몰라 걱정이 두 배라고 불평하곤 한다.일자리가 부족하지 않던 시대에는 주로 어떤 직업,어떤 직장을 선택하는가의 문제였고 그나마도 취업을 앞둔 당사자만의 고민이었다.지금은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답을 찾으려 하고 미리 준비한다는 점에서 고민의 차원과 깊이가 다르다.그래서 자식보다는 부모의 걱정이 더 크기 마련이다.짧지 않는 토론의 끝은 늘 비슷하다.책이나 많이 읽히고 좋아하는 일 하게 내버려 두자.그리고 스마트폰만 경계하자.

직업의 문제로만 보면 미래는 흐릿할 수밖에 없다.국내외 연구보고서들은 사라질 직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최근 발간된 한국고용정보원의 ‘4차 산업혁명 미래일자리 전망’보고서도 콜센터 요원,의료진단전문가,금융사무원,계산원 등을 위기직업으로 적시했다.곰곰이 생각해보면 콜센터 상담원이 ARS로,은행 창구직원이 ATM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고 혈압만 재려고 병원을 찾는 사람도 없다.하지만 이런 목록은 직업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자각과 두려움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하다.반면 앞으로 각광받을 직업도 분명한데,주로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가상현실,드론,생명공학,로봇 등과 관련돼 있다.그런데 새로운 직업이 낯설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지만 본인이나 자식이 수학,과학보다는 문학,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거나 이미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있으면 인생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뿐만 아니라 직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인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용정보원의 보고서는 숙련수준과 비정형화 정도에 의해 기술이 인력을 대체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는데,숙련도가 높고 비정형 업무일수록 대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즉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고 다양한 유형의 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해야 하는 직업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는 융복합과 불확실성,탈경계와 초연결을 특성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의 특성에 부합하기도 한다.대학들이 학과 체계에서 인공지능,빅데이터,가상현실 등을 매개로 하는 융복합과정 체계로 변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런데 직업의 운명이나 대학의 경쟁력과는 별개로 개인의 생존 전략에서 보면 정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전문지식과 경험을 쌓고 창의성과 분석력을 기르기만 한다면 굳이 4차산업혁명이나 유망 직업 목록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거나 아예 새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뭔가 찜찜하고 허탈하지만 똑같은 결론으로 되돌아오게 된다.학생이건 자식이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도록 도와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도록 응원하자.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스스로 어떤 결정을 하고 나에게 말을 건넬 때까지 걱정을 내려놓고 가만히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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