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가득한 경이의 미술
사그라다 파밀리아·카사밀라 등
바르셀로나 여행 필수 방문코스
부드러운 곡선 등 자연 담아내
건축·조각·시각예술의 극한 표현


세계 모든 나라가 참가하는 겨울 축제가 성황을 이루었다.평창에서 세계가 함께 모여 각자의 기량과 자랑을 나누었다.그 평화와 축제의 물결은 우리의 남과 북을 포함하여 모든 막힌 곳을 뚫고 어디로든 흘러가야 한다.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는 미술의 모든 것도 흐르고 모여들어야 한다.축제와 함께 하는 이 지면에 초대하기 걸맞은 작가가 있다.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다.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곳이 바르셀로나다.그렇게 최고 관광지가 된 것도 단연 가우디 덕분이다.

▲ 자연의 곡선이 가득한 성가족성당
▲ 자연의 곡선이 가득한 성가족성당
한겨울에도 바르셀로나는 그리 춥지 않다.남프랑스와 같이 지중해의 온기가 항상 감싸고 있는 까닭이다.오늘같이 쨍쨍한 하늘을 보게 되면 그 따뜻한 도시의 감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아무리 그래도 1월 초에 섭씨 20도에 육박하는 온도는 의외였다.지구는 지금 온통 이상기후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미 북동부의 강추위와 폭설, 중국과 우리나라에 몰아친 매운 한파,마드리드 북부의 폭설이 모두 올해 초의 뉴스가 되었다.인간에 의한 탄소가스배출 환경과 평균기온의 상승이라는 지구온난화가 이런 역설의 원인이었다는 것도 놀랍다.이 점에서도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신이 만든 자연의 예술을 원한 가우디는 옳았다.

▲ 바다의 색을 도자기 타일과 유리 모자이크로 입힌 카사바트요
▲ 바다의 색을 도자기 타일과 유리 모자이크로 입힌 카사바트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리가(LaLiga) 최고의 팀 FC 바르셀로나를 우선 떠올릴 수도 있다.그 구장 캄프누(Camp Nou),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주는 리오넬 메시에 대한 열광도 그렇다고 치자.스페인으로부터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위한 움직임도 한동안 뉴스를 달군 바 있다.그렇다 해도 바르셀로나를 소개할 때 가우디보다 앞에 놓일 정도는 아니다.잔잔한 바다를 배경으로 160만 도시의 은은한 풍경 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때문이다.파밀리아는 영어의 패밀리인데,이 ‘성 가족 성당’만으로도 가우디의 명성 확인은 충분하다.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철과 대리석으로 만든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곡선으로 가득한 바위산 같은 카사밀라(Casa Mila),바다의 색을 도자기 타일과 유리 모자이크로 입혀놓은 카사바트요(Casa Batllo),아무렇게나 깬 타일로 장식해 자연 이미지가 가득한 구엘공원(Parc Guell)이 모두 가우디의 작품들이다.그곳들은 바르셀로나 방문객 누구나 찾아가는 필수코스다.그렇게 가우디는 오늘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예술가가 되었다.

▲ 철과 대리석으로 부드로운 곡선을 표현한 카사밀라
▲ 철과 대리석으로 부드로운 곡선을 표현한 카사밀라
그의 예술이 모더니즘의 섬처럼 존재했다는 것은 통찰력 있는 평가다.기능이 형태를 결정한다는 모더니즘의 이념이나 직선과 효율성의 모던 건축과 그의 미술은 너무나 다른 것이니까 말이다.물론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건축되기 시작한 때가 1882년으로 미술의 모던보다 앞선 시대이기는 하다.지금껏 백년이 훨씬 넘는 건축기간도 모던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던 기간도 통과해가고 있는 중이다.그러니 모더니즘시대조차도 그의 작품세계에서는 오히려 부분에 불과할 수 있다.여러 면에서 분명 그의 미술은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그의 천재성을 의심할 여지도 없다.그 독특함은 어떤 비유로도 충분하지 않다.옥수수 모양으로 투각해놓은 높이 솟아오른 탑이라는 묘사도 부족해 보인다.지금도 건축 중인 성당에는 예수와 성모,12사도의 탑들이 세워질 예정이다.그런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찍는 모든 사진은 절로 예술이 될 수밖에 없다.어느 부분에서든 수많은 곡선이 만들어 내는 형태와 이야기는 건축과 조각과 시각예술의 극한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예술가의 죽음마저도 극적이었다.초라한 차림의 노인이 당한 교통사고였다.처음에는 여러 운전자들과 병원의 외면 속에서 무연고 사고로 취급되었다.미켈란젤로처럼 가우디도 독신이었다.더 좋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옮기는 것도 거부하고 죽음을 맞았다.사고 직후처럼 가난한 사람 곁에 그대로 있겠다는 고집도 별난 것이었다.지금껏 자연만을 예술로 고집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태도이긴 했지만 말이다.그에게 인위적인 직선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었다.그래서 작품은 한없이 구불거리고 바람 속의 자연처럼 하늘거린다.화려한 색의 향연으로 동화 속 과자 집 같은 구엘공원도 이런 조형의 결과였다.굴곡과 명암과 다양한 형태의 수런거림,그것이 평창의 겨울 축제에서와 같이 자연으로 가득한 가우디만의 독특한 미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 최형순 미술평론가

정선에서 태어나 정선고·강원대를 졸업했다.서울대 미술이론 석사,홍익대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역임했다.1998년 구상전 공모 평론상을 수상하고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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