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그의 범죄사실 만큼이나 길고 우울했다.무려 2시간 넘게 최 씨의 죄가 나열되는 동안 국민들은 깊은 자괴감과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나라답지 않은 나라에서 살았다는 억울함과 허수아비 대통령에게 우롱당했다는 분노.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지만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많은 국민들이 무력감을 호소한다.‘국민이 부여한 지위를 사인에게 나눠준 대통령’에 이르러서는 참담함 그 자체다.어떤 국민이 이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은 자명하다.재판부는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이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한 데 대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출연을 강요한 것”이라고 못박았다.삼성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 승마지원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기업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이 있다”고 판단,박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헌법재판소 또한 탄핵 심판에서 재단 설립 및 최씨 이권 측면지원과 관련,“최씨의 사익추구를 용인하고,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했다.
국민들은 이미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물었다.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적 책임도 그 종착역이 보인다.박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최 씨가 받는 혐의의 몇 곱절이다.그럼에도 박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고 ‘정치보복’을 주장한다.‘평생 국가만 생각했다’고 말한 당사자가 박 전 대통령이다.그를 도와 국정을 농단하고 사적 이익을 챙긴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이젠 박 전 대통령 차례다.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혼군(昏君)의 말로가 어떨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