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공개수사 개시 이후 속도 붙어…2월 초 조사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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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들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가적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 등 외부 변수가 끼어 있는 시기인 만큼 검찰도 이를 신중히 고려해 조사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준 '쾌속 행마'를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조만간에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검찰은 지난 12일 김백준·김희중·김진모 전 비서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며 공개수사에 돌입했다. 이후로는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수사를 진전시켜 왔다.

압수수색 이틀 만에 김백준·김진모 전 비서관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16∼17일 구속했고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주성 전 기조실장 등이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자금 상납 사실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았고,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의 협조로 김윤옥 여사를 담당하는 청와대 행정관에게 자금이 전달된 정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내가 국정원 돈의 통로였고, 서로 간에도 모를 정도였다"라며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 한 분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정원 자금의 상납 경위와 흐름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건의 정점'을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관건은 검찰이 앞으로 진행할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건 관여 정황을 뒷받침할 증거를 얼마나 빠르게, 충분히 확보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 이른 시일 안에 직접 조사 채비에 나설 경우, '데드라인'을 결정할 최대 변수는 평창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대형 이벤트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인 만큼, 올림픽 일정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은 2월 9일이지만 이에 앞서 남북 화해 무드를 상징할 각종 이벤트도 준비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그보다 앞당겨질수록 검찰이 부담을 덜 수 있다.

여기에 김백준·김진모 전 비서관의 구속수사 기간(최장 20일)이 끝나는 시기 등을 함께 고려한다면 2월 초가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이 시기를 넘긴다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평창올림픽 이후인 3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의혹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사건이 국정원 특활비 사건 외에 여럿이라는 점 역시 고려할 부분이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최근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으로부터 '자수서'를 받고 이 전 대통령이 회사 설립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김 전 사장이 검찰에 협조적인 태도로 선회함에 따라 관련 수사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고려하면 직접 조사의 횟수는 최소화하는 것이 낫다는 점에서, 여러 건의 의혹 수사가 모두 무르익은 뒤에 조사 시기를 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부터 검찰이 수사 단서를 얼마나 신속하고 충분히 확보하느냐가 평창올림픽과 같은 외부 변수와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의 조사 시기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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