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가고 있다.이번 주 들어 모처럼 포근해졌지만,지난 주는 혹한이 몰아쳤었다.추운 겨울 난방에 쓰여지는 연료는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했다.197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등 도시는 연탄이 주연료였지만,대부분의 시골은 산에서 직접 나무를 해와야 했다.그러다 보니 산은 벌거숭이가 되어 갔다.반면에 당시 시골 집에는 겨울철을 나기 위한 장작더미가 가득했다.

사전적으로 긴 ‘장(長)’에 벨 ‘작(斫)’인 장작은 ‘길게 벤 것’을 뜻하지만,일반적으로 통나무를 길쭉하게 잘라서 쪼갠 땔나무를 이른다.우리 속담에 “친아비 장작 패는 데는 안 가고 의붓아비 떡 치는 데는 간다”는 게 있다.힘들게 장작 패는 부모도 외면하면서 자식들마저 당장의 잇속을 찾는 세태를 꼬집은 속담이지만,당시에는 장작이 일상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프랑스 속담에도 “옛사랑과 타다남은 장작은 어느 때건 불이 붙는다”는 게 있다.이 속담 역시 잘 끊어지지 않는 첫사랑을 비유한 것이지만,프랑스인에게도 장작불을 지피는 일은 중요한 일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겨울철 장작불을 지피다보면 옹이가 많은 나무는 타들어가면서 펑펑 소리가 난다.이를 두고 한 스님은 ‘나무의 심장이 소멸하는 의식’이라고 했다.옹이는 성장과 아픔을 견뎌내고 생의 마디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심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러면서 그 마디가 있으므로 생의 불꽃은 더 간절하고 치열해진다며 “나무도 이럴진대 신산(辛酸)이 없는 삶이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세월이 흘러 장작불이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다.‘장작불 구이’ ‘장작불 곰탕’의 등장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미각을 돋운다.그리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촌에는 이른바 ‘화목 보일러’라는 난방기구를 설치한 집이 많아졌다.고유가 시대 기름 보일러로는 연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장작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화목 보일러는 사용도 편리하게 개량됐다.

장작패는 일은 여전히 힘들지만,열량도 높아 가끔 장작을 넣는 작은 수고만 더하면 저렴한 연료비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장작불을 지피는 재미도 쏠쏠하다.여기에 겨울밤 오손도손 모여 장작불에 고구마나 감자,밤 등을 구워먹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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