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성이 하늘까지 움직인다는 것인데,세상의 일에 있어 서랴.지난 8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 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동영상 하나가 화제다.그의 첫 방문지 시안(西安)에서 기조연설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그 짧은 시간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讓地球再次偉大)’라는 대목을 중국어로 연습하는 장면이 공개된 것이다.
이 문장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를 꼬집은 말이다.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뒤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마이웨이를 고수한다.마크롱의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는 트럼프의 국수주의를 비틀고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하는 이중효과를 노린 것 같다.물론 미국과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그 자체로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그게 아니었다.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프랑스 발음과의 유사성이나 호흡법을 물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크 롱 대통령의 ‘정성’에 있었다.그는 연설에서 이 문장의 중국어 발음을 훌륭히 소화해 냈고 찬사를 받았다.외신은 중국이 프랑스 에어버스 여객기 183대를 구입키로 했다고 전했는데 이 통 큰 거래가 절로 됐을까 싶다.
이런 힘을 쓰는 게 바로 정성이다.‘중용(中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성을 다하면 신과 같아진다(至誠如神)고 한다.지극한 정성이 세상일의 기미를 알게 하고 따라서 경계하고 삼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앞 일이 예측되면 실패도 없게 되는 게 당연하다.평창올림픽이 꼭 25일 남았다.지금 올림픽 성공을 구동(驅動)할 키워드는 뭘까?강원 도민 나아가 국민 모두의 ‘지극한 정성(至誠)’이 아닐까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