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놓치면 역사의 과오,‘세기의 상봉’이 전 인류에 감동줄 것

엊그제 남북이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올림픽 개막을 꼭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낸 것이다.이날 남북의 대좌는 그동안 극한으로 치달아온 북미,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 전반에 거대한 터닝 포인트를 찍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아직 모든 것의 결과를 예단하거나 속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파국으로 치닫던 물꼬를 튼 것만은 사실이다.앞으로 이뤄질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의 극적인 합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평창올림픽에 대규모의 방문단을 보내고 군사 당국자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그동안의 긴장국면을 감안할 때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아쉽고 또 남북이 후속접촉을 통해 반드시 관심을 갖고 관철해야 할 의제는 바로 남북이산가족문제라고 본다.이 문제는 남북한 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와 정서에 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한 민족이면서 반세기 이상을 헤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다.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사실 평창올림픽 참가,군사적 긴장 해소와 더불어 이산가족상봉 재개가 중요한 의제로 대두됐다.그러나 앞선 두 가지 현안이 대체로 실마리가 풀린 반면 이산가족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남측 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민족의 명절인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을 갖자며 이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 했다.그러나 북측은 남북 간의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자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고 한다.이산가족상봉이야말로 오랜 민족의 한을 풀고 남북이 동질성을 확인하는 데 건너 뛸 수없는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이후 19차례 진행됐으나 2014년 이후 중단 상태다.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수는 13만1221명이다.지난해 8월 현재 사망자가 7만1145명으로 절반(54.2%)을 넘었다.그나마 생존자들도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85.3%에 달한다.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때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과오가 된다는 점을 남북 당국자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올림픽 기간 중인 설(2월16일)을 전후로 상봉이 이뤄진다면 올림픽 정신이 한층 빛날 것이다.지구촌이 지켜볼 ‘세기의 상봉’을 반드시 성사시키길 바란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