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우리나라의 작물지도를 바꿔놓고 있다.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알게 모르게 일어난다.이 현상은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한반도 가까운 바다에서는 잡히지 않던 열대성 어종이 나타나는가 하면 명태와 같은 주력 어종이 자취를 감추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남획과 같은 인위적 요인이 없지 않지만 기후 변화라고 하는 거대한 자연 현상이 몰고 온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정선 사과다.정선은 전통적으로 산간오지의 대명사로 정선아리랑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해발이 높고 산지가 많아 감자 옥수수와 같은 밭작물을 주로 재배해 왔고 고랭지 채소 주산지로도 알려진 곳이다.사과와는 이렇다 할 인연을 찾기가 어렵다.그러나 최근 임계지역을 중심으로 사과 재배가 크게 늘어나면서 또 다른 브랜드로 자리 잡아간다.

지형과 기후 때문에 과일 재배가 어려웠고 ‘정선’과 ‘사과’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었다.그러나 온난화가 사과의 재배 한계선을 밀어 올리면서 정선이 사과 주산지로 떠오른 것이다.최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027t에 불과하던 강원도 사과 생산량은 2016년 5778t 으로 5배나 늘었다.사과 주산지 경북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2020년 이후 생산량이 역전될 것이라고 한다.

2016년 강원 도내 생산량은 정선(19.3%)이 가장 많았고 영월(14.3%) 양구(13.1%) 지역이 뒤를 이었다.이런 추세라면 강원도가 명실상부한 사과 주산지가 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해발 400~1000m 고랭지 임계지역에서 생산되는 정선 사과는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시장의 반응도 폭발적이라고 한다.사과의 부상과 더불어 지역 전체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롭다.

지난해는 ‘청정 강원 임계 사과’가 이마트 전국 매장에 공급되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주산지 임계농협이 공식 후원을 통해 정선 사과를 올림픽 무대에 선보인 것이다.이번 올림픽이 또 한 번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5일에는 홍콩에 1t을 수출했고 앞으로 물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한다.정선 사과가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올림픽 농업유산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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