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백   양양우체국장
▲ 정호백
양양우체국장
‘나의 살던 고향,꽃피는 산골’의 우리집 터가 없어졌다.추운 겨울날 얼음지치기하던 집앞의 논이 없어졌다.학교갈 때면 집집마다 쏟아져 나오던 아이들이 모습이 사라졌다.한 집에 7~8남매가 태어났으니 학생 3~4명정도는 족히 쏟아져 나왔다..학교가는 길을 가로질러 4차선도로가 나고 우리의 길은 두동강이가 난 채로 잘려져 신음하고 있다.하굣길에 먹으려고 홍시를 파묻어 놓은 곳의 표시로 써먹던 큰 소나무가 없어졌다.길옆 실개천은 시멘트 도수로로 바뀌어 있고 등굣길에 꺾었던 버들강아지 나무들이 없어졌다.

여름에 버들붕어를 잡고 겨울엔 어름지치기를 하던 냇물의 물이 사라졌다.송판 쪽다리가 있던 냇가 위에는 삭막한 세멘트다리가 놓여 있다.학교 가는 길 중간 쯤 언덕 위에 초가집 바로 옆에 토끼장과 염소우리가 있어 지나면서 풀을 뜯어 먹여 주곤 했는데 그 집과 토끼장,염소우리가 없어졌다.등굣길에 매일 보는 토끼장·염소우리.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내가 살던 고향길을 밟으면서 많은 것이 없어진 것이 안타까웠다.구불구불하던 뚝방길은 곧게 뻗고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로 변하여 편리한 점이 훨씬 많지만 기억속의 모습이 안보여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발전되고 개발되는 것과 별개로 추억의 길,기억의 모습들이 보존될 수는 없을까?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아스팔트,길고긴 담장,똑같은 아파트,엘리베이터에 실려 다니면서 어른되면 아련한 추억이 남아 있을까? 우리 고장도 끈질긴 인내심으로 보존한 갯배,정겨운 벽화의 논골담길,보존의 용트림을 하는 망대골목,젊음과 낭만의 미로예술시장,추억과 문화의 명주골목 등은 시작이다.또한 낭만적인 풍경과 더불어 근대화의 아픔과 쓰린 기억의 탄광마을 등도 후대가 알 수있게 잘 보존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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