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쓸쓸하다.지붕은 내려앉고 도로는 잡초로 뒤덮인다.학교가 사라지고 노인들만 남은 거리.그 곳에 파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이런 마을이 전국 곳곳에 널려있다.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지금도 진행형.지방소멸이라는 섬뜩한 용어를 선보인 마스다히로야는 일본의 896개 지자체가 소리 없이 증발할 것으로 예측했다.전체 지자체의 절반.우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멀지 않은 장래에 인구 제로(0) 마을과 지자체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유령 도시의 출현이다.

마을과 도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학자들은 ‘일자리 소멸’을 첫 째로 꼽는다.일본의 유바라시와 미국의 디트로이트,한국의 탄전도시가 대표적이다.1960년대 인구 10만명을 자랑했던 유바라시는 석탄산업 사양화와 함께 지금은 9000명의 인구만 거주한다.그것도 65세 고령인구가 절반!자동차 산업이 쇠퇴한 디트로이트도 마찬가지다.태백시와 정선,삼척도 같은 운명.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자구노력을 펼쳤지만 반전의 기미를 찾기 어렵다.끝 없는 인구감소와 경쟁력 상실.

왜 각국 정부와 지자체는 ‘도시 소멸’을 막지 못할까.도시재생에 실패하는 이유는?젊은 소장학자인 중앙대학교 마강래교수는 ‘지방도시 살생부-‘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는 저서를 통해 지금까지의 노력을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전도서 1장2절)”라는 성경구절로 설명한다.마교수는 “모든 곳을 살린다는 건 환상”이라며 축소를 받아들이고 압축을 통해 질적 체질개선을 이뤄야한다고 주장한다.물론, 각 지자체가 동의하기 쉽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5년간 50조원의 공적재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밑그림을 내놨다.첫 시범사업지 68곳을 선정한 것.강원도에서는 춘천(공유·공생·공감 약사리 문화마을),태백(태백산자락 장성 탄탄마을),동해(동호지구 바닷가책방마을),강릉(올림픽의 도시 옥천동의 재도약) 등 4곳이다.이 사업은 철거와 정비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마을도서관,주차장 등 소규모 생활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그러나 우려가 앞선다.마 교수의 지적처럼 사람은 없고 돈만 퍼붓는 것은 아닌지.일자리 창출이 우선인데….

강병로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