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하루 전날인 오늘(12·19)은 ‘5·18’ ‘10·26’처럼 특별히 기억할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낯설지가 않다.아마도 이 날은 1997년과 2002년,2007년,2012년 등 15대부터 18대까지 네 차례에 걸친 선거를 통해 모두 네 명의 대통령이 선출됐기 때문일 것이다.

1997년 이 날은 한국 정치사 최초로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당시 김대중 후보는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기반으로 김종필 전 총리의 충청권과의 지역연대를 통해 철옹성 같았던 여당의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이른바 ‘DJP연합’을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이다.그러나 DJP 연합정권은 2000년 총선과정에서 결별한다.

2002년 이날 치러진 대선은 한편의 드라마였다.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노무현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경선에서 가장 유력했던 이인제 후보를 눌러 파란을 일으켰다.본선 과정에서도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정몽준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 합의와 단일후보 선출,그리고 대선 전날 정 후보의 지지철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지층의 결집으로 반전을 일으키며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2007년 이날 치러진 대선은 다소 싱거운 선거였다.전임 대통령 임기 내내 극심해진 여·야간 대립과 갈등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왔고,여기에 대기업 CEO출신인 이명박 후보의 장밋빛 공약은 경제부흥을 바라는 대중적 요구와 맞아 떨어져 당시 야당인 이명박 후보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됐다.하지만 장밋빛 공약은 ‘공약(空約)’에 그치고 결과적으로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말았다.

2012년 이날 치러진 대선은 보수와 진보진영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었다.독재정치로 18년 장기집권을 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향수에 젖어있던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접전 끝에 승리했다.하지만 박 대통령은 집권 4년 여만에 국정농단과 권력기관의 사유화 등으로 촛불민심에 의해 파면되고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상적인 정치일정이었다면 달력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듯 20일이 대선일이다.그래서 1997년부터 네 명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오늘(19일)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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