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청량리~강릉 간 KTX는 누구를 위한 교통수단인가? 발표된 시간표와 요금을 보면,농락당했다는 기분이 든다.당초 58분 만에 서울과 강릉을 연결시키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무려 1시간 40분이나 걸린다고 한다.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임에도 그 요금을 무려 2만 6천원으로 책정한 것은 강원도민을 무시한 처사다.

청량리~강릉 간 소요시간이 1시간40분이라면,그 속도가 시속 120㎞정도라는 얘기인데 무궁화호 열차 수준이다.무궁화호 열차 빠르기인데 KTX 요금으로 지불하라면,누가 납득하겠는가?지금 청량리역에서 무궁화 호를 타고 원주역에 도착하면,1시간 남짓 걸린다.그 열차를 새로 건설한 원강선 철로를 계속 달리게 하여,강릉역까지 오게 해도 아마 1시간50분 정도면 도달할 것이다.그 경우 무궁화 요금은 1만2000원 정도가 될 것이다.겨우 10분을 단축시키면서 열차등급만 올려 1만4000원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제2영동고속도로가 생기고 양양고속도로도 개통돼,서울~강릉 간 시외버스는 2시간20분이면 주파한다.그럼에도 버스요금은 불과 1만3700원 수준이다.버스보다 열차의 40분 시간 단축에 해당하는 비용이 열차가 시외버스의 2배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교통수단간 선택비용 산정도 불합리하다고 생각된다.곧바로 시외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열차의 강릉 도착시각도 엉터리다.출근 시간대에 오전 8시 03분과 오전 9시 01분이 있을 뿐이다.업무를 보러 출장을 가거나 출·퇴근자는 타지 말라는 얘기인가? 강릉은 지역이 넓지 않아 15분 정도면 시내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 8시 30분에서 45분 사이에 도착시각을 맞추는 것이 정상인데,관광열차용 시간표를 적용시킨 것이다.반쪽짜리 수요만 충족시키려고 그 막대한 예산을 들여 원강선 철도를 건설했단 말인가.30년을 기다려온 경강선 열차인데 이런 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본다.본래의 KTX 속도를 내게 하여 2만6000원을 받든지,속도를 못 낼 정도로 철로가 부실하게 건설되었다면,차라리 무궁화호 열차를 달리게 하여 1만 2000원을 받든지 양단간의 결정을 하고 개통식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원주와 강릉 지역 내 대학을 비롯한 기관에서도 매칭펀드로 학생과 직원들의 요금부담을 가볍게 해줄 필요가 있다.교통비 보조금을 신설하여 열차 월정기권을 구입할 경우에 보태주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적정 열차부담과 속도가 갖춰지면,강릉은 수도권의 경쟁력을 갖기 때문에 회사든 대학교든 남는 장사라 본다.그리고 코레일은 월정기권의 자유석 꼼수를 버리고 입석기준으로 할인폭을 확대해 대학생들의 통학부담을 덜어 줘야 마땅하다.홍길동의 도시,강릉에서는 강릉행 KTX를 KTX라 부를 수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강릉행 KTX를 더디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소문대로 정말 있다면,누구의 손인지 훗날 역사는 반드시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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