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는 흔히 기억력이 좋은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그러나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도 있지만 고통스럽고 쓰라린 잡다한 기억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로 암기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다.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 필요하고 이로운 것이므로 자신에 중요하고 관심 있는 정보만 받아들이게 된다.이에 비해서,망각은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된다.그러나 망각은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잊거나 마음을 비우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며 온갖 생각을 내려놓은 무념무상의 상태를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타인의 비난이나 단점을 생각하지 않고 피해를 용서하고 싶을 때는 망각이 필요하다.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으며 30%은 이미 일어난 것이고 22%는 사소한 것이다.그리고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겨우 4%만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그러므로 ‘모르고 사는 즐거움(The joy of not knowing it all)’을 캐나다의 유명 작가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는 오래 전에 권유한 바 있다.

수많은 걱정과 고민에서 탈피하는 길은 욕망,특히 과욕을 버리는 것이다.자신이 붙들고 있는 잡다한 기억을 털어버리고 매사를 자신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즉,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매사를 자신과 관련시키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망각이 곧 행복이다.번잡한 생각의 늪에서 헤어나는 방법은 어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 취미, 운동, 몰입, 수련, 노동 등은 생각의 속도를 멈추고 의식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방법이다.덧없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연말에 여러 가지 불쾌한 자극으로 산만해진 주의를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망각과 몰입의 기쁨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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