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습성 사실감 있게 표현
소녀와 함께 즐거운 표정 묘사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예술가들의 고양이 사랑은 남달랐다.작품에 고양이를 등장시키거나 사랑하는 고양이와 함께 사진을 남긴 화가도 있다.예술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고양이는 명화 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 보나르 작 ‘흰 고양이’
▲ 보나르 작 ‘흰 고양이’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1867∼1947) ‘흰 고양이’

프랑스 화가인 피에르 보나르는 어린 시절부터 고양이나 개를 키웠고 그런 동물들을 가족,모델과 함께 그림에 그렸다.보나르처럼 고양이를 변형하는 모험을 하면서 그 신비로운 매력을 전달해주는 화가는 없다.원래 대담한 색채를 쓰던 보나르가 그린 고양이가 대부분 흰색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당시 흰색은 그림의 여백 정도로 쓰일 뿐,독자적으로 취급되지 않았다.보나르는 그런 흰색을 고양이에게 집중시켰다.

보나르의 1894년 작 ‘흰 고양이’는 길게 몸을 일으키는 고양이를 그린 작품으로,흰 부분의 부드러운 붓 터치는 형태의 윤곽선을 모호하게 해 나른한 고양이의 모습을 더욱 강조했다.그림을 소장한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 설명에 따르면 보나르가 고양이 다리 위치를 잡기 위해 여러 장의 연습 데생을 한 사실과 고양이의 눈 주위가 많이 수정됐음을 X선 촬영을 통해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설명에는 “보나르는 평생 동안 많은 고양이 그림을 그렸지만 부분적이거나 확대한 그림이 많았다.‘흰 고양이’는 그런 그림들의 중심”이라고 소개됐다.

▲ 르누아르 작 ‘고양이를 안은 줄리 마네’
▲ 르누아르 작 ‘고양이를 안은 줄리 마네’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1841~1919) ‘고양이를 안은 줄리 마네’

프랑스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대표화가다.인상파 화가 중에서도 르누아르의 위상은 각별하다.19세기 후반 미술사의 격변기를 살면서 ‘비극적 주제를 그리지 않은 유일한 화가’기 때문이다.

르누아르는 여성과 고양이를 동급으로 생각한 화가다.1887년작 ‘고양이를 안은 줄리 마네’는 즐거운 표정의 고양이와 대조되는 소녀의 표정이 인상적이다.작품의 모델인 ‘줄리 마네’는 베르트 모리조와 에두아르 마네의 동생인 외젠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어렸을 때부터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서 살았다.

르누아르에게 존경심을 나타낸 베르트 모리조는 1887년 딸의 초상화를 부탁한다.르누아르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몇 개의 데생을 그렸고,작품 속의 온순한 아이는 그의 요구에 따라 여러 번에 걸쳐 오랫동안 포즈를 취해야 했다.르누아르는 이 초상화를 그리며 새로운 기법을 찾아내는 데 몰두했다.데생의 정확성과 서서히 엷어지는 색조의 조화,그리고 캔버스 표면 일부가 도자기처럼 깨끗한 점 등을 보면 르누아르가 이 그림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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