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영국 가디언지가 세계 각국의 건축물이나 시설 10개에 대해 ‘하얀 코끼리들(White Elephantz)’

이라고 보도했다.‘눈길을 끄는 자본의 쓰레기들’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과 함께 세번째 사례로 이름을 올린 것이 한국의 ‘4대강 사업’이었다.가디언지는 10년간 30억 달러가 투입된 캐나다 지하철역과 개장이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 독일 베를린 신공항,평양의 류경호텔 등도 함께 꼽았다.

여기서 하얀 코끼리는 돈만 많이 들고 쓸모는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우리 표현으로는 처치곤란의 애물단지 정도로 이해된다.하여간 이 말은 고대 태국에서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한 데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신성시 됐던 하얀 코끼리를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신하 입장에서는 정성들여 키울 수밖에 없었는데,엄청나게 먹어치우는 사료의 부담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고 한다.결국 하얀 코끼리를 선물받은 신하들은 이를 견디지 못해 파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태종 11년 일본에서 보내온 코끼리가 있었는데,하루에 콩 5말을 먹어치우는 것도 모자라 보살피던 사람마저 밟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이에 조정은 코끼리를 지방에서 돌아가며 보살피게 했지만,“1년에 소비되는 쌀이 48점에 콩 24섬이라며 이익은 없고 도리어 사람을 죽이는 등 해만 끼친다”는 지방 수령들의 상소가 빗발쳤다.이 코끼리에 대한 기록은 “물과 풀이 좋은 곳을 가려서 이를 내어놓고,병들어 죽게 하지 말라”는 세종의 당부가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4대강 사업이 ‘하얀 코끼리’로 다시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4대강 사업이 세계 대표적 애물단지로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은 동시에 올림픽 시설물의 사후관리 문제까지 떠올리게 했다.강원도의 열악한 재정형편에서는 올림픽 시설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특히 국회의 내년도 예산심의도 올림픽 사후관리와 레거시 사업비 편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강원도민들은 올림픽 시설이 또 하나의 ‘하얀 코끼리’가 되지 않도록 사후관리와 레거시 사업에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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