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지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진다.외부의 환경 변화에 심신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열흘간의 연휴를 보내는 동안 계절도 한층 깊어졌다.시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고 아침저녁으로는 한기(寒氣)가 느껴진다.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고 맑은 날씨에 복사 냉각 현상 까지 나타나 이번 주말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다.밤낮의 일교차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겠다고 한다.이런 환절기에는 까딱하면 몸을 상하기 쉬운 법인데 그만큼 섭생(攝生)을 잘 해야 한다.

섭생의 요체는 뭐니 뭐니 해도 먹는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게 입고 먹고 자는 일이다.의(衣) 식(食) 주(住)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요건이다.이 세 가지는 경중을 가리는 게 무의미할 만큼 다 긴요하다.나라마다 강조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느 것 하나라도 버리고는 정상적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어렵다.그 가운데서도 가장 원초적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 음식이다.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건강상태가 좌우되고 결국 이것은 삶의 질을 판가름하는 요소다.

<예기(禮記)> ‘내칙(內則)’ 편은 규문(閨門)에서 행해지는 여러 예절과 의식에 관해 전한다.집안의 일상사와 관련된 여러 질서나 규범을 정리한 것인데 여기에 음식문제가 빠질 수 없다.눈에 띄는 것은 음식과 계절과의 궁합이다.밥은 봄처럼 해야 하고 국은 여름처럼 해야 하고 장은 가을처럼 해야 하고 마실 것은 겨울처럼 해야 한다.(食齊視春時 羹齊視夏時 醬齊視秋時 飮齊視冬時)”말 그대로 밥은 따뜻해야 하고 국은 뜨거운 것이 좋고 장은 서늘한 것이 맞고 마실 것은 찬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밥상 하나에도 이렇게 사계절의 조화가 숨어 있는 것이다.그 고유성을 살려 섭취하는 것이 음식과 계절의 궁합에 맞는 식사법인 셈이다.“봄에는 신맛을 많게 하고 여름에는 쓴맛을 더 하고 가을에는 매운맛을 많게 하며 겨울에는 짠맛을 더한다.(春多酸 夏多苦 秋多辛 冬多鹹)”라는 대목도 보인다.계절에 따라 생체 리듬이 달라지고 영양소의 과부족을 메울 맛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어제오늘 산간지방에는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린다고 한다.오늘 점심 메뉴로 매운맛 추어탕이 제격이 아닐까싶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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