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철   철원소방서장
▲ 이석철
철원소방서장
1894년 저 멀리 독일에서는 살아 있는 작은 새 두 마리를 가둔 새장형태의 특이한 전기장치가 발명됐다.그리고 8년 뒤인 1902년 영국에서는 버터를 이용하는 전기장치가 발명됐는데 이 두 장치의 형태는 서로 달랐지만 모두 자동화재경보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작은 새를 이용한 장치는 새장 안에 있는 작은 새 두 마리가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에 질식해 추락할 경우,경사면을 통해 바닥의 한 지점에 모이도록 했다.새들의 무게에 눌려 전기접점이 연결되면서 경보를 울리도록 고안했는데,질병 등으로 한 마리가 자연사해 바닥에 떨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두 마리를 이용했다고 한다.이 장치가 최초의 연기감지방식의 자동화재경보기(이하 연기감지기)였다.1902년에 개발된 화재경보기는 회로의 접점에 버터를 끼워놓고 화재로 인한 열에 버터가 녹으면서 회로가 연결돼 경보가 울리는 방식을 사용했다.이것은 화재 시 실내온도상승을 감지하는 열감지 방식의 자동화재경보기(이하 열감지기)였다.

1930년대 스위스 물리학자 발터예거가 독성가스 감지장치 개발실험을 하던 도중 불만족스러운 결과에 답답해서 담배를 피웠는데,우연히 담배연기에 실험장치가 반응하는 것을 보고 동료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일리와 함께 1947년 이온화식 경보기를 완성했다.이것이 현대적인 연기감지기의 토대가 됐다.초창기 큰 부피와 높은 가격의 문제를 안고 있던 연기감지기는 이후 발전을 거듭했고 1965년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의 가정용 제품이 나오면서 보급이 크게 늘어났다.가정용 자동화재경보기가 열감지기가 아닌 연기감지기로 발전이 돼 온 이유는 1960년대에 미국의 여러 연구보고서에서 화재 시 열감지기보다 연기감지기가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이었다.이후 1970년 9V 소형 배터리 제품을 거쳐 1995년 최장 10년을 사용할 수 있는 리튬배터리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현재도 과학과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연기감지기의 진화는 지속돼 화재로 연기감지기가 작동하면 스마트폰으로 경보를 알려주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이젠 살아있는 새나 먹는 버터를 화재경보기에 사용하지 않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당시의 인류의 의지와 절실함은 120여년의 세월을 거쳐 아주 저렴한 가격에 쉽게 가정에 연기감지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토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기감지기는 소화기와 함께 주택용 소방시설의 하나로 설치가 법적 의무화됐다.여기에는 화재현장에서 인명과 재산의 안타까운 피해를 접해왔던 우리 소방대원들의 주택화재 피해방지에 대한 절실함이 담겨져 있다.결코 늦지 않았다.지금이라도 내 집에 연기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다면 화재로부터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위해 방마다 연기감지기를 설치하자.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