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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동해안 해녀가 사라진다] 4회. 그래도 해녀

2017년 10월 13일(금)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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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어머니께 물려받은 물질 “다시 태어나도 해녀”
35년 경력 고성 해녀 김영옥 씨
사고로 다친 다리에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차별 없이 땀흘린 만큼 거둬들이는 물질
세상 편견 벗어나게 해준 ‘해녀의 삶’

▲ 해녀들은 바다가 어슴푸레 밝아오면 배를 타고 나간다.긴장 속에서 무사안녕과 넉넉한 바다를 꿈꾼다.
▲ 해녀들은 바다가 어슴푸레 밝아오면 배를 타고 나간다.긴장 속에서 무사안녕과 넉넉한 바다를 꿈꾼다.
“나는 집안 3대째 내려오는 해녀야.”

동해안 최북단 고성 거진항에서 만난 김영옥(59)씨의 첫마디에서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그녀는 제주에서 태어나자마자 해녀 어머니를 따라 온가족과 함께 강원도 고성에 정착했다.24살에 물질을 시작해 올해 60세를 목전에 둔 강원도 최북단 해녀.

“어릴 때 엄마를 따라 바위가 있는 얕은 바다에서부터 잠수 해서 돌도 건져보고 먹지도 못하는 해초도 건져보면서 자연스레 잠수기술을 배우게 됐지.친구 대여섯명과 그렇게 물질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친구들은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머리가 깨진다고 했어.그런데 나는 괜찮은거야.해녀 엄마의 피가 그대로 흘러서 그런가봐.”

35년동안 바다를 누빈 베테랑답게 그녀의 경험은 다양했다.10여년 전 벌이가 괜찮다는 말에 안면도로 물질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다.육지로 치면 유목민의 삶과 닮았다고나 할까.

“다른 동네에 가서 물질하는 걸 ‘남바리’라고 해.안면도 전복 해삼 양식장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서 작업을 하고 왔지.서해는 동해와 다르게 수심이 낮더라고.수심이 낮다고 쉽게 생각하면 안되는게 물속이 깜깜해서 앞이 잘 안보여.바닥 가까이나 가야 채취할 물건이 보이고 하니깐 좀 무섭더라고.동해는 물이 맑아서 물 위에서 봐도 5m 정도까지는 훤히 보이는데 말이야.”

다양한 물질 경험만큼이나 위험했던 일들도 많았다.

“서해는 물때라는게 있잖아.밀물썰물 시간 말이야.물이 빠질 때는 두렁박(요즘은 스티로폼으로 만들며 일종의 부표로 해녀가 물질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채취한 해산물을 넣어두는 망태기를 메달아 두는 역할)을 잡고 있어도 육지랑 멀어지며 바다로 막 떠내려가더라고.그때 한번은 시간을 잘못봐서 같이 갔던 해녀 하나가 애를 먹었지.떠내려 가다가 양식장에 고정된 큰 부표를 붙잡고 살았다니깐.그걸 본 후로 서해의 물때가 무서워서 다시는 남바리를 안가.”

해녀는 잠수기술도 중요하지만 물속에서 큰 생명체를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는 담대함도 갖춰야한다.그것이 문어라면 횡재한 날이겠지만 물범이나 큰 물고기라면 위험하지 않게 피해야 한다.

“작년인가 우리가 작업하는 바다에 물범 다섯 마리가 나타난거야.물범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해도 집채만한 동물을 물속에서 봤는데 강심장인 해녀들도 얼마나 놀랐던지…수염이 쪽쪽 난게 꼭 우리를 쳐다보면서 따라 온다니까.나는 보기만하면 배나 바위 위로 올라가.섬뜩해.군청에 잡아달라고 했더니 천연기념물인지 뭔지 보호해야 하는 동물이라 잡을수도 없다고 하더라고.”

이렇듯 바다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바다를 일구며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함인지 풍어제 등 다양한 이름의 어촌신앙을 가지고 있다.바다에서의 안전과 해산물을 많이 채취해 생업으로의 안정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올해 봄 어촌계 풍어제를 지내면서 무당에게 물범 얘기를 했지.물범이 무서워서 물질하러 못다니겠다고.그랬더니 무당이 배타고 나가서 물려준다고 하더라고.풍어제 지내고 무당이랑 물범이 자주 나타나던 곳에 나갔어.무당이 배 위에서 바다를 보며 ‘나가세요 나가세요 멀리 가세요’라면서 기도를 하고 나니까 한달이 안돼서 신기하게도 우리 바다에서 물범이 안보이더라.그래서 올 여름부터 그 장소에서 성게 작업을 하고 있지.”

▲ 김영옥씨는 어릴적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하다.하지만 물속에서의 김씨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물질선수다.손질한 성게알에 절로 웃음이 난다.
▲ 김영옥씨는 어릴적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하다.하지만 물속에서의 김씨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물질선수다.손질한 성게알에 절로 웃음이 난다.
김씨는 물질이 위험한 일이지만 위안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섯살 무렵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쳤어.쭉 펴지지 않고 늘 무릎이 굽어있지.뭍에서 걸을 땐 살짝 힘들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지만 물질할 때는 전혀 문제가 안돼.바다에서는 남들과 똑같아.그 어떤 차별없이 내가 일한만큼 거둬들일 수 있어.해녀라는 직업은 내게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줬고 동시에 위로가 됐지.”

공기공급장치 없이 1분 넘게 잠수를 하는 해녀들은 수압의 변화로 인한 두통,식도와 위의 압력 차이로 인한 위식도 역류와 같은 위장병,깊이 잠수하기 위해 메는 7~15㎏의 납으로 인한 허리통증 등의 질환을 갖고 있다.김씨 역시 작업 나가기 전에 진통제를 꼭 먹는다고 했다.고단한 것만같은 그녀에게 물었다.다시 태어나도 해녀를 하겠냐고.

“나는 다시 태어나도 그래도 해녀할거야.몸이 고되긴 하지.새벽 6시에 나가서 5시간 정도 물질하고 돌아와서 오후 2시까지 잡아온 물건들 손질하고…평균 한달에 15일 정도 바다에 나가는데 하루 50만~100만원도 버는 날이 있어.그러니 계산해 보면 웬만한 일들보다 많이 버는 편이야.무시못할 수입인거지.그래서 난 하나있는 딸에게도 해녀하라고 권했었어.물론 딸은 손사래치며 거절했지.집안에 내려오는 해녀는 엄마선에서 끝내라며…젊은 사람들 중에 해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전혀 없어.잘 모르는 사람들이 해녀들을 초라하게 볼 수도 있지.몸으로 하는 직업에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라는 장소마저 선호할만한 곳은 아니잖아.그래도 본인만 건강하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어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김영희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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