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의 레딩대학교 연구진이 달걀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조사 결과를 내놨다.영국 전역의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달걀 270개를 대상으로 노른자가 함유한 영양소의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넓은 곳에 풀어서 키운 것과 좁은 공간에 가둬 키운 닭의 달걀을 비교했는데,풀어서 키운 경우에서 비타민 D가 30%나 더 많았다고 한다.비타민 D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소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걀이 모든 요리의 기초 재료로 쓰이고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식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었던 셈이다.비타민D는 인체의 필수영양소이면서도 일반적으로 음식을 통해 섭취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이 영양소는 특히 햇빛을 통해 합성되는 것으로 밝혀져 야외 활동이 줄어들고 실내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현대인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진다.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얻으려면 작은 계란 하나라도 골라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달걀의 겉모양이야 거기서거기지만 어떤 생산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한 손안에 잡히고 또 흔하게 접하는 이 작은 계란이 거의 몇 주일째 나라 안팎의 주요 뉴스를 장식한다.시중에 유통돼온 일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의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잇따라 검출된 때문이다.

거의 매일 섭취하는 식품에서 벌레 퇴치용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다.닭장의 진드기를 잡기위해 사용이 금지된 강한 독성의 살충제를 쓴 것이 화근이라고 한다.공장식 사육방식이 진드기를 부르고 강한 독성의 살충제를 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다.밀집사육 닭장의 1마리당 면적은 A4 용지 3분의 2에 불과하다고 한다.날개 한 번 펼 수 없는 반생명적 사육방식인 것이다.

이런 가학적인 사육환경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다.동물 복지(animal welfar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사육방식이 새삼 관심을 끈다.그러나 전체 계란 유통의 1%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동물을 쥐어짠 대가로 얻은 식품이 안전할 리가 없다.인간의 과욕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동물의 복지가 곧 인간의 복지’라는 큰 생각의 변화가 없이는 살충제 계란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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