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희   한림대의대 재활의학과장
▲ 최은희
한림대의대 재활의학과장
어느 영화에선가 황사로 뒤덮힌 지구에 기침을 하며 병들어 가는 인류가 달나라로 이주를 떠나는 장면을 보면서 아직 인공 위성도 못 쏘아올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오늘도 나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미리 깔아둔 대기오염 어플을 열어본다.세계기준보다 느슨한 한국 기준으로도 심지어 측정 장소도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아닌 빌딩 옥상에서 잰다고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수준이 연일 표시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경의 숨 막히는 거리의 풍경을 보고 남의 일이라 생각되었다.점점 주변에서 많아지는 면역질환 호흡기 질환에도 남의일 같던 것이 첫아이를 낳고 피부 알레르기,둘째 낳고 천식이 생긴데다 둘째 아이의 심한 아토피로 골머리를 썩으며 이제는 나의 제일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이 모두가 전부 고비 사막과 중국의 묻지마 개발,공장시설의 동남해 연안 배치 등등의 이유로 원망만 하기에는 너무 치명적이고 심각하다.
그렇다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민을 가는 일도 현명한 처사는 아닌 듯하다.실제로 10여년전, 서울에서 근무하던 시절 황사 소식에 갑자기 깨끗한 공기가 그리워져 자동차로 동해안을 향해 무작정 출발했다가 라디오에서 황사가 이미 일본까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 쯤에서 차를 돌린 기억이 난다.
이러다 보니, 오늘자 신문을 펼치고도 제일 먼저 찾아보게 되는 것이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여러 핫 이슈보다 ‘고성군의 미세 먼지 안전지대 지키기 시동’이란 대기오염과 관련된 기사이다. 내용을 보니 전국에서 미세 먼지 지수가 가장 좋은 곳이면서도 매우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소식이다.10여년전 서울보다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기대하며 내려 온 춘천이지만 호수가 많고 산으로 온통 둘러쌓인 분지 특성상 다른 곳보다 호흡기 질환자 많다는 세간의 속설도 있고 실제 서울 못지않은 빈번하게 높은 미세 먼지 수치를 보면서 걱정스런 마음이 커지곤 한다.지난 정부도 ‘고등어를 굽지마라’, ‘경유차를 사지 마라’ 등등의 썩소 유발 대책을 내어봤지만, 별무 소용이다.
새로운 정부도 미세먼지 방지 대책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거시적인 국가차원의 대책도 주요하겠지만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문제점과 구체적인 목표 대책을 마련해가는 고성군의 모습과 노력이 요즘 새 정부에서 내놓은 사이다 같은 시원한 정책 만큼이나 신선하고 진실되게 느껴진다.다만 정책 입안시 지역 주민의 개발 욕구와 건강 욕구 파악과 의견수렴이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그나마 의사랍시고 막연한 속설과 실제 나타나는 여러 수치를 보면서 불안해 하고 있는 나같은 주민을 포함하여 지역 주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지역 앞날을 꾸려가는 분들이 주도하여 실제 미세 먼지 수준 및 건강과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하고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한 조처가 어떤 것이 가능할지 논의가 다방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분지라는 지역 특성 때문이라면 터널이라도 뚫어서 공기의 흐름을 유도해야 할지, 공장도 많지 않은 지역에서 전국 인구대비 제일 많다는 택시의 숫자라도 줄여야 할지,미세먼지에 속수무책인 노인을 비롯한 주민들을 위해 황사마스크라도 무료로 나눠주어야 할지,사실 이러한 지역 발전과 건강 수호를 저울질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결국 시민들이 스스로 어느 정도 균형 있는 결론과 창의적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너구리굴에서라도 방독면 쓰고 돈 많이 벌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뉴질랜드는 국가적 모토를 초등학생이 생각해낸 ‘백년후도 지금 같이’로 선택했다고 한다. 혹시 압니까? 초등학생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답답한 우리의 숨통을 시원하게 해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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