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년 5월 23일,투른(Thurn)백작이 이끄는 100여 명의 체코 신교도 귀족들은 당국의 해산명령을 거부하고 흐라드차니성으로 쳐들어갔다.당시 체코를 다스리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대공 페르디난트 1세는 개신교 귀족들이 관직에 오르는 것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개신교 교회를 허물거나 폐쇄했다.특히 페르니난트 1세에게 임명된 두 명의 가톨릭 장관에 대한 반감이 컸다.
이에 개신교 귀족들은 이들 두 명의 가톨릭 장관에 대해 1609년 보헤미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황제의 교서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열어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즉결처분을 내렸다.그런데 15미터 아래로 내던져진 이들은 거름더미에 떨어지는 바람에 다행이 목숨을 건졌다.가톨릭에서는 이를 두고 신이 가호를 내렸다고 했지만,사태는 더욱 악화됐다.개신교 귀족들은 합스브르크 왕의 폐위를 선언하고 독일 개신교 지도자인 프리드리히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했다.이는 합스브르크 왕가에 대한 모반으로 받아들여졌고,결국 유럽의 강대국이 다각적으로 개입하는 ‘30년 전쟁’이 시작됐다.30년 전쟁이 촉발된 이날의 사건을 역사는 ‘프라하 사건’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로부터 390년이 흐른 2009년 5월 23일,프라하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날 우린 또 다른 역사의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나로 말미암아 여러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고통스러워하며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그의 유서는 자신은 물론,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주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8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또 다른 역사의 현장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고인의 신분으로 재판정에 서게 된 것이다.또 문재인 현 대통령은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년 서거 추도식에 참석한다.이들 세 명 대통령의 운명적인 상황을 보면서 다시 ‘8년 전,오늘!’을 기억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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