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생활에서 채식은 한식의 바탕이고,채식의 바탕은 나물에 있다.나물문화에 우리의 식생활 지혜가 잘 드러난다.나물은 국과 함께 부식의 대명사이면서 사계절의 맛과 자연의 향기,다양한 색깔로 한국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식생활의 꽃이다”(한국의 맛 연구회 저,한국의 나물 중에서).19세기초 빙허각 李氏는 규합총서를 통해 “봄에는 신것이 많고,여름에는 쓴 것이 많다.가을에는 매운 것이,겨울에는 짠 것이 많으니 맛을 고르게 하면 미끄럽고 달다.이 네 가지 맛이 그 때의 맛으로 기운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나물이 갖는 의미는 이처럼 특별하다.단군신화에 쑥과 마늘이 등장하고 조선시대에 편찬된 허균의 도문대작을 비롯해 증보산림경제,임원십육지,농정회요,시의전서,치생요람 등 각종 농서에 나물의 효능과 식용법이 소개됐다.증보산림경제 제 6권에는 “산갓,고들빼기,돌나물,물쑥 등 10여종은 독이 없어 먹을 수 있다”고 했고,용재총화에서는 “나물은 그 땅에 맞게 심어야 얻을 수 있다”며 나물의 자생지와 특성을 설명한다.조선 세종 이후에 편찬된 구황서에는 총 851종의 먹는 나물이 소개됐을 정도다.
산림청은 지난 2015년 국내 임산물생산액이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이 가운데 버섯류(2441억원)와 조경재(7360억원),약용식물(5622억원),산나물(3832억원),수실류(7246억원) 등 단기소득임산물 생산액이 2조9928억 원에 달한다.지역별로는 경상북도가 6411억 원으로 가장 많고,강원도가 432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산림청이 분류한 산나물 가운데 더덕(23.7%)과 도라지(10.6%)는 횡성과 홍천이 전국 최고 생산량을 자랑한다.두릅,취나물,참나물,원추리,산마늘,고려엉겅퀴(곤드레),어수리,눈개승마,죽순,고비도 빼놓을 수 없고.
봄이 어느새 저만큼 앞서간다.바쁜 걸음을 옮겨 봄을 쫓지만 산천은 이미 초록으로 물들었다.더 늦기 전,이 봄을 밥상에 올려야 한다.강원의 나물을 다듬어 입맛을 돋워보자.계절은 가도 나물은 남아있도록….강원 산나물이 한자리에 모인다.산림조합중앙회 강원지역본부가 28∼30일 3일 동안 춘천역 앞 광장에서 가는 봄을 붙잡는 ‘제2회 강원 산나물 한마당’ 행사를 마련한 것.봄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회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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