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원   한림성심대 겸임교수   전 특허청장
▲ 이수원
한림성심대 겸임교수
전 특허청장
따듯한 봄날입니다. 목련꽃은 이미 피었다 졌고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이 한창입니다. 천지사방에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내려 다보이는 공지천 주변에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곧 가정의 달인데 삼삼오오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니 지난해에 감행했던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이 생각납니다.
춘천을 시발점으로 하는 북한강 자전거 길의 끝머리인 운길산역 (양수리)에서 출발해 남한강 자전거 길과 문경새재를 통과해 낙동강 자전거길 종착지까지 550㎞를 자전거로 여행했습니다. 지난해 8월 22일~25일까지 3박4일. 첫째 날은 수안보에서 숙박을 했고, 구미에서 2박, 창녕 남지라는 곳에서 3박을 했으며 종착지인 낙동강 하구언에는 4일째 낮 12시경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7시에 출발해 오후 5시경 숙박지에 도착까지 하루평균 10시간, 150㎞ 정도 자전거를 탔습니다. 달릴 때는 평균시속 20㎞였으니까 7시간은 타고 3시간은 점심도 먹고 쉬기도 하며 쉬엄쉬엄 달린 셈입니다.
국토종주 후 느낌 한마디는 ‘우리나라도 엄청 넓고 다양하고 참 아름답다’라는 것입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심는 농작물도 달랐습니다. 토마토가 보이더니 복숭아 밭이 보이고, 더 내려가니 배 밭도 나타나고, 사과 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더 남쪽으로 가니 연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산에 도착해 보니 논에 서 있는 벼의 모양이 춘천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벼가 훨씬 더 고개를 많이 숙이고 있었습니다. 낙동강은 생각보다 강의 폭이 넓고 수량이 풍부해서 놀랐고 구미전자공단 부근은 강폭이 정말 넓어서 입지적 요인 때문에 전자공단이 들어섰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직 자전거만을 탔던 3박4일 동안은 나를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타니까 말을 한마디도 안 할 수 있었고, 자전거 달리기에 집중하다 보니 하루종일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느껴졌던 시간도 많았습니다. 평일이라 오고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길고도 끝없는 자전거 길 위에 오직 나 혼자 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들었습니다. 드넓은 들판, 대자연 속에서 한 없이 작아지고 왜소해진 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시골 들판을 떠 올리면 너른 논밭 사이로 혼자서 자전거 타고 달리고 있는 제가 떠오릅니다. 풍경이 점점 줌 아웃 되면서 화면은 점점 뒤로 물러나고 그 속의 저는 점점 더 작아지면서 사라져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 때문인가요? 국토종주하며 간간이 기록한 메모장을 보면 마지막에 이런 메모가 보입니다. ‘국토종주 완료 1일전. 몸과 마음이 많이 힐링된게 분명하다. 지나간 모든 과거가 작아 보인다. 미래에 다가올 어떠한 일도 크게 문제없어 보인다. 이것이 힐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기억에 제일 남는 것은 국토종주를 마치고 집에 있는 가족품으로 돌아온 첫날 저녁의 편안함입니다. 마치 아주 멀고 긴 여행에서 돌아온 것처럼 반갑고 푸근하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정말로 편안한 수면을 취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가정의 달에 그날이 새삼 그리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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