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솟아나는 맑은 물, 검은 눈물을 닦아내다
국민 80% 안전한 물 공급 소외
설사·이질 등 수인성 질병 노출
도내 기관 식수시설 건립 지원
보관 환경·삶의 질 개선 효과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딜 가는 건가요?”
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잠비아.비행기로만 꼬박 20시간을 걸려 도착한 루사카 국제공항에서도 차로 4시간을 더 이동해야 비로소 방문단의 목적지인 몬제구(Monze District) 충고(Choongo) 사업장에 도착한다.사업장으로 향하는 길,차창 너머 이국적인 풍경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방문단은 길가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물동이를 이고 걷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뺏겼다.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가 그렇듯 잠비아는 80%에 육박하는 국민이 안전한 식수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물로 인한 고통의 굴레에 갇혀있다.방문단은 식수시설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충고 사업장 내 함판데(Hampande) 마을을 찾았다.이곳에 거주하는 384명의 주민은 1947년 지어진 우물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었다.땅 속 뚜껑도 없이 개방돼 있는 우물은 흙과 먼지 등 각종 이물질에 쉽게 오염되기 때문에 이곳 대다수의 주민이 설사,이질 등 각종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증세가 심해져 죽음에 이르는 이도 적지 않다고 한다.마치 우유를 연상케 하는 희뿌연 물을 본 방문단은 “이 물을 정말 마실 수 있는 거냐”며 혀를 내둘렀다.
월드비전 충고 사업장 식수보건사업 담당자는 “우물이 마을에서 거리가 있어 이곳 주민은 20L 양동이 하나를 채우기 위해 평균 왕복 2시간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심지어 건기(4~10월)에는 이 우물마저 마르기 때문에 왕복 4~5시간이 소요되는 학교 근처 우물까지 가야 한다고 한다.잠비아의 대다수 주민은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식수는 물론 생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이 마을의 여성과 아동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물을 길어 오는 데 사용한다.이어 방문한 침파티(Chimpati) 마을 역시 200여 명의 주민이 1998년 만들어진 한 곳의 우물에서 물을 공급받는 등 열악한 식수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비아에서 물은 모든 변화를 이끄는 시작점이다.깨끗한 물은 주민의 건강과 직결돼 생명을 살리며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면 어른들은 소득 활동에,아이들은 학교 공부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를 갖게 된다.이에 월드비전은 잠비아 지역 개발 사업에서 식수위생사업에 공을 들인다.식수펌프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위생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을 병행해 주민 스스로 위생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건 환경 개선을 주도하도록 유도한다.
함판데 마을 주민 대표는 “우기에는 아이는 등에,물동이는 머리에 이고 진흙 길을 걸어오다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아이들은 노동과 질병으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식수시설이 완공되면 마을 주민이 힘을 모아 깨끗하게 관리하며 오래 사용할 것”이라며 기뻐했다.전창범 양구군수는 “모니터링하며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양구군민과 함께 이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며 “도민의 사랑으로 흐를 생명수가 이 지역 주민의 건강은 물론 밝은 미래를 되찾는 데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침파티 마을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차에 올라타는 방문단을 향해 한 여성이 다가왔다.그는 차가 떠날 때까지 연신 손을 흔들며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당신들이 내려준 물의 축복은 우리 모두를 구원할 거예요.”
잠비아/최유란 cyr@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