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세월호 선체 조사가 진행될 목포신항.
▲ 본격적인 세월호 선체 조사가 진행될 목포신항.

세월호가 참사 3년 만에 귀환의 첫발을 디뎠다. 물 속에서 나와 처음으로 바다 위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해양수산부와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는 24일 오후 4시 55분 수면 위 13m로 끌어올린 세월호 선체를 잭킹바지선(인양 와이어 선박) 2대와 함께 약 3㎞ 떨어진 해상에서 기다리는 반잠수 운반선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잭킹바지선 2대 사이에 단단히 묶인 세월호 선체를 주황색 예인선 1대가 앞장서 끌었다. 다른 예인선 4대는 잭킹바지선 주변에서 보조 역할로 힘을 보탰다.

예인 과정은 눈으로 봐선 '움직인다'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느렸다. 속력은 시속 약 1.5㎞로 사람이 걷는 속도인 시속 4∼5㎞와도 비교가 어려운 '거북이걸음'이다.

맹골수도의 빠른 조류 속에서 8천t이 넘는 세월호 선체를 운반하기 때문에 함부로 속력을 높이기 어렵다.

해수부 관계자는 "인양을 지휘하는 현장 샐비지 마스터(Salvage Master)의 판단 아래 조류의 흐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긴 시간 끝에 건져낸 세월호에는 그간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인양 현장에서 약 1.6㎞ 바깥에 있는 작업 지원선 선첸하오(深潛號)에서 본 세월호는 짙은 녹이 슬어 몸 전체가 멍이 든 것처럼 갈색이었다.

선명하던 영문 이름(SEWOL·세월)은 식별이 안 될 정도로 희미했다. 하늘은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듯 먹구름을 드리웠다.

세월호 선체는 오후 7시께 반잠수 운반선에 도착할 예정이다.

선체는 지금도 약 9m가 물에 잠긴 상태다. 반잠수선은 세월호 아래로 살짝 잠수했다가 떠오르면서 선체를 바다에서 건져내듯 싣게 된다.

선체 옮기기 작업은 25일 새벽께나 끝날 예정이다. 24일은 조수 흐름이 약한 시기인 '소조기' 마지막 날이라 25일부터는 물살이 더 빨라져 작업의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날씨는 여전히 최대 변수다. 세월호 고박과 이동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상 여건이 필수적이다. 파고 1m, 풍속 10m/초 이하 수준에서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날씨가 돕고 반잠수정에 선체를 묶는 고박과 배를 옮기는 작업 등이 원활히 이뤄지면 반잠수 운반선은 세월호를 싣고 목포신항까지 천천히 운항하며 인양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해수면 13m로 부상한 세월호가 잭킹바지선과 예인선의 도움으로 반잠수선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해수면 13m로 부상한 세월호가 잭킹바지선과 예인선의 도움으로 반잠수선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를 '참사 3주기' 전인 다음 달 초 목포신항에 거치할 계획이다.

앞서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24일 오전 11시10분 인양 작업 중 가장 어렵다고 꼽힌 13m 끌어올리기를 끝냈다. 세월호 인양 공정이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3년 만의 마중은 쉽지 않았다. 22일 오후 8시50분 본 인양을 시작한 이후 사흘 동안 크고 작은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초조, 기대, 걱정이 수시로 교차했다.

'시험인양 성공', '수면 위 선체 일부 포착', '인양작업 일시중단'.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마다 유가족과 국민은 마음을 졸였다. 23일 밤 선체 램프가 열리면서 인양이 더뎌질 때는 현장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인양 초기 세월호는 야속하게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취재진이 처음 선첸하오에 도착했을 때는 선체를 유압 와이어로 끌어올리는 잭킹바지선 2척만이 손바닥 한 뼘 크기로 보일 뿐이었다.

말없이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는 인양을 기다리는 선내 관계자와 취재진을 내내 애타게 했다. 밤낮으로 조명을 밝힌 과 주변을 바쁘게 운항하는 방제선 10여 척만이 인양 작업이 한창임을 짐작하게 했다.

23일 오전 4시를 기점으로 세월호가 서서히 물 위로 올라왔다. 손톱만 한 크기에서 손가락 한 마디, 두 마디로 세월호 윤곽이 드러났다.

작업이 진전될수록 선첸하오 선내에는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진흙과 바닷물이 들어차 8천t이 넘는 선체를 44m 물 밑에서 끌어올리는 본 인양은 풍속과 주변 선박의 물결 등 작은 변화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민한 공정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르는 만큼 숨죽인 선원들 표정에는 연신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마침내 24일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 세월호가 수면 위 13m까지 떠올랐다. 본 인양에 들어간 지 약 38시간 20분 만이다. 현장에는 안도감과 동시에 인양 성공을 향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인양 현장 주변에는 세월호 선체에서 바다로 흘러나올 연료를 걷어내고자 방재선 10여 척이 오일펜스(기름을 차단하는 막)를 매달고 분주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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