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에 맞춰진 대선 시계의 속도가 빨라진다.올 봄은 예정에 없던 조기 대선으로 열기를 더해 간다.선거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후보들의 입을 통해서도 거듭 확인된다.갈수록 후보들의 입이 거칠어진다.지금 각 정당 후보들이 당내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처음엔 그래도 점잖게 주고받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선거에 출마한 이상 언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동지로 머물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말이 거칠기로는 지난 18일 대선 출사표를 던진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가 압권이다.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 중인 그의 출마 자격에 대해 “없는 사실을 뒤집어씌우면 자살을 검토하겠다”는 자해 성 폭언으로 빈축을 샀다.정치인의 막말은 세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주목도를 높이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거 국면에서 이 같은 막말은 계산된 경우가 많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의 막말은 그의 자질을 의심하게 했다.“유명인은 여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거나 “이슬람교도들은 미국에 못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여성과 인종차별 발언도 쏟아냈다.“한국은 주한 미군을 위해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든 말든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막말도 했다.그는 대통령이 되긴 했지만 지지율이 급락하고 탄핵 얘기까지 나온다.
이처럼 말이 험악해 지는 건 조급함 때문이라고 한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꺾어야 한다는 짧은 계산이 이런 무리수를 두게 한다.세상의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도를 걷는 지도자로서의 태도와 비전을 말하는 이는 드물다.지도자의 이런 얕은 언어와 조급한 성정이 장차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자기성찰이나 다짐은 없고 좁은 골목에서 영역다툼하듯 소리만 요란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40세에 유배를 떠나 57세까지 갇힌 몸이 된다.그 유폐의 시간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수많은 저작을 남긴다.그는 28세 때 문과에 급제,출사하면서 시 한 수를 남기는데 이런 대목이 보인다.“둔하고 졸렬해서 임무수행이 어렵겠으나 공정과 청렴으로 지성껏 봉사하리(鈍拙難充使 公廉願效誠)”.초임 관리의 다짐이 이러한데 대권에 걸 맞는 출사표가 아쉬울 따름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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