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법규 무시 사건 무마 태도
“말레이, 허락없이 부검 강행”
말레이 정부, 북한 대사 초치
자국 대사 본국 송환 초강수

김정남 암살사건이 40년 넘게 우호 관계를 지속해온 북한과 말레이시아를 갈라놓고 있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하루 빨리 덮으려는 듯 말레이시아 법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교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사건 처리를 놓고 양국이 예측하기 어려운 대립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20일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초치한 데 이어 평양에 있는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했다.강 대사는 17일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말레이시아가 우리 허락 없이 (김정남 시신 부검을)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외교부가 강 대사를 소환한 것은 일반적인 외교적 항의로,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조치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외교부가 북한의 자국 대사까지 송환하는 예상 밖의 ‘강수’를 두자 김정남 피살사건을 둘러싼 북한과의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이날 오전 강 대사를 소환,면담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관련 보도자료를 신속하게 배포했다.
외교부는 “강 대사의 비판이 근거가 없다”며 말레이시아 법규에 따른 사건 수사와 김정남 시신의 가족 인계 원칙을 재확인했다.근거 없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특히 북한으로 이미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 암살 용의자 4명의 신병 확보문제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김정남 암살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범행 직후 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UAE),러시아를 경유해 평양에 갔다고 보도했다.김정남 살해 용의자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유일한 북한 국적자 리정철이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으로 도피한 용의자들이 주범으로,신병 확보가 사건 실체와 배후 확인의 관건인 상황이다.
따라서 말레이시아가 이들 용의자의 송환을 요구하거나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북한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 양국의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김정남 시신 처리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1973년 국교를 수립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를 최대 위기에 빠뜨리는 ‘벼랑 끝’ 상황까지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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