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서 18명 조난 17명 구조 1명 사망
2500척 출어 포기 전력 사용량 급증

화천 곡천마을 취수지 얼어 식수 중단 20일 오전 화천 상서면 파포2리 곡천마을에 한때 식수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가운데 한 주민이 얼음으로 뒤덮인 소규모상수도시설 취수지를 살펴보고 있다. 화천/최원명

한파가 이틀째 엄습하며 강원도를 ‘강베리아(강원도+시베리아)를 만들었다. 20일 아침 최저기온은 대관령 영하 20.4도, 철원 영하 19.7도 등을 기록하며 전날보다 기온이 더 내려갔다.

# 겨울산의 역습

지난 18일 설악산에 몰아친 매서운 한파로 중청대피소로 피신한 조난객 18명이 20일 오전 8시40분쯤 헬기에 의해 사흘만에 구조됐다.

구조된 등산객 9명 중에는 지난 18일 탈진 증상을 보이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김 모(60)씨의 시신도 포함됐다.

김씨는 면바지 차림에 등산화도 신지 않는 등 겨울철 복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리하게 산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8명의 등산객들은 얼굴과 귀 등 외부 공기에 노출된 신체부위가 동상이 걸려 속초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들과 함께 구조된 특수구조단 산악구조대원 3명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6명 등 9명도 동상에 걸려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장남중 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산악구조대 1팀장은 “대원들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혹한의 날씨와 매서운 바람 때문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며 “무언가를 붙잡지 않고서는 도저히 서있지 못할 정도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고 밝혔다.

# 일상생활 차질

동해안에는 한파에 함께 풍랑 주의보가 사흘째 발효 돼 선박들이 항포구에 꽁꽁 묶여있다.

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 6개 시·군에서 조업중인 2500여척(소·중·대형 어선 포함)이 이날 출어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어업인들은 어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수도관 계량기 동파 신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5시 30분 현재 도내에서는 13개 시·군에서 83건의 수도관 동파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9일에는 61건이 접수됐다. 온열기 사용이 늘면서 이날 최대 전력사용량은 2926㎽로 도내 역대 최고치인 3240㎽(2011년 1월 17일)에 근접했다. 한파가 몰려온 지난 17일,18일,19일 최대 전력사용량은 각각 2680㎽,2934㎽,3031㎽였다.

# 주말 더 추워

이번주 들어 계속된 강한 추위가 주말에는 더욱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목요일인 21일과 금요일인 22일 강한 한파가 일시적으로 약해졌다가 23∼25일 다시 강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20일 예보했다.

기상청은 “23일부터 25일까지 다시 남하하는 찬 공기에 의해 전국이 매우 춥겠다”며 “특히 일요일인 24일에는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이는 곳이 많겠으니 건강관리와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위는 26일부터 점차 누그러질 전망이다.

강릉/홍성배·김정호·속초/박주석·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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