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지난해 동양대 교수직을 그만두면서 진중권씨가 남긴 이 말이 한동안 회자됐다.여기서 ‘가오(かお)’는 일본말로 ‘얼굴(顔)’을 뜻한다.일반적으로는 ‘허세 혹은 있는 척’을 이른다.우리 일상에서는 간혹 자존심을 속되게 표현할 때 ‘가오’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진 교수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교수직을 그만둔다’고 한 것이다.

자존심은 사전적으로는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하지만 사회적 관계에서의 자존심은 자기의 능력에 대한 자신 또는 소속집단으로부터의 승인을 기초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주변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자기비하나 열등감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또한 지나친 자존심은 허영심에 휩싸이게 하기도 한다.

자존심과 달리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이다.물론 자존심과 자존감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하지만 사회적 관계를 기준으로 할 때 그렇게 구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은 지나친 자기애로 인해 배타적 인식의 일단이 드러나는 것이고,자존감이 있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높은 공감력을 바탕으로 한 자긍심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그런 점에서 자존심은 외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고,자존감은 스스로에 대한 내적 인식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자존심이 센 사람’ 아니,‘자존심이 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주변 평가에 민감한 자존심은 그만큼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다.그래서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자존심이 세다’는 말이 생긴게 아닐까 싶다.전승환 작가는 일상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일상이 주는 행복을 즐기며,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라고 조언한다.자존심 때문에 분노하거나 상처받지 말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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