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철



찬 겨울

저수지는 품고 있는 물고기를 위하여

밤새 보이지 않는 추위를 위해

갑옷을 입는다.



얼음살을 만들어

단단하고 하얀 뼈를 큰소리로 뻗치고

날 선 얼음 핏줄에 온기를 넣으면

물의 갑옷은 따뜻하다.



새벽이 다 되어

저수지를 덮은 갑옷은 비로소 단단해지고

갑옷 속 물고기 한 마리



이 겨울, 산간을 뒤덮은 상고대

나무는 밤새 속살을 지켜내기 위해

누군가 죽은 집처럼

아침 소복으로 갈아입었다

부드럽고 하얀 뼈로 만든 옷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